mgchem's log
article thumbnail

갑자기 차량 이야기

 한참 여행 준비하다 갑작스럽지만 우리 집 차량 에어컨 필터 교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우리 집은 르노삼성 SM5 1세대(`98~`05 모델) SM520을 운행한다. 연식은 나보다 조금 덜 친구지만 장거리 운행할 일이 거의 없어서 연식 대비 주행거리는 적은 편이다. 그 덕분인지 가끔씩 공업사 들러서 정비하는 정도로 큰 문제없이 굴러갔다. 에어컨필터도 다른 일로 공업사 들를 때 간 김에 같이 교체해서 오곤 했다.

 

 그렇게 마지막 교체 후 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기가 돌아왔는데, 켜는 순간 차내에 비염 환자도 알 수 있을 만큼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할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이제 여름의 초입이고 앞으로 계속 더워질 텐데, 조만간 딱히 공업사 갈 일도 없고 가서 맡기면 또 몇만 원씩 깨질 텐데... 하며 고민하던 차주분은 방구석에서 여행지 정보 검색 중이던 아들에게 일감을 던져주셨다. 인터넷에서 새 에어컨 필터를 주문해 두었으니 도착하면 교체 좀 해봐라~ 군대에서도 차량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말씀이었지만 운전병 친구들 월검갈 때 옆에 껴서 갔다 온 기억, 간부 따라 방호시설 들락날락거렸던 기억, 어릴 적 과학상자 좀 만졌던 기억을 살려 한번 해보자. 공구 여럿 필요 없이 십자드라이버 하나면 된다.

 


 

1. 글러브 박스 분리하기

 

에어컨 필터 교체는 조수석에서 진행한다

 

 먼저 조수석에 있는 글러브 박스(대시보드 보관함, 다시방)를 분리해야 한다. 글러브 박스를 잡고 있는 나사는 글러브 박스를 열었을 때 위에 보이는 4개와 닫은 채로 차 바닥까지 몸을 숙여야 보이는 2개, 총 6개가 있다. 6개 모두 십자나사로 규격은 모두 같다.

 

하단 나사 두 개는 잔뜩 몸을 숙여야 보인다

 

 하단 나사 두 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상단부터 풀면 하단만 연결된 상태로 글러브 박스가 툭 떨어져 버릴 수 있는데, 그러면 글러브 박스를 한 손으로 든 채로 하단 나사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에 흰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하단 나사 두 개다. 풀어서 유실되지 않게 잘 모아두자.

 

다음으로 상단 나사 네 개를 풀어준다

 

 글러브 박스를 열어 상단의 나머지 나사 네 개를 풀어주자. 가운데 두 개를 풀면 글러브 박스를 닫아주는 걸쇠도 분리된다. 역시 유실되지 않도록 잘 모아둔다. 나사를 모두 풀고 살짝 당겨주면 글러브 박스가 툭 떨어진다. 손으로 잘 잡고 꺼내자.

 

잘 모아둔 잠금쇠와 십자 나사. 뭔가 귀엽다

 

글러브 박스 분리 완료. 글러브 박스에 연결된 저 선은 박스 내 조명등 선이다

 


 

2. 철제 가로바 분리 및 에어컨 필터 클립 제거

 

세로로 나란히 꽂혀있는 에어컨 필터(흰색) / 그 앞에 있는 녹슨 철제 가로바(노란색)

 

 기존의 에어컨 필터를 꺼내기 전에 녹슨 철제 가로바를 분리해야 한다. 철제 바 양쪽에 십자 나사 두 개씩이 고정하고 있으니 이 친구들을 풀어준다. 풀면 가로바는 쉽게 떨어진다. 가로바의 구멍 사이로 돌출부가 딱 맞게 나오는 구조라 다시 조립할 때 방향이나 위치 헷갈릴 일은 없다. 풀어준 네 개의 나사도 잘 챙겨둔다.

 

에어컨 필터가 못나오게 고정하는 철제 클립

 

 철제 가로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에어컨 필터 두 개는 위아래로 나란히 세로방향으로 깊숙하게 꽂혀 있다. 이 친구들이 못 나오게 막고 있는 게 위 사진의 철제 클립이다. 이전에 들른 공업사에서 클립도 새것으로 갈아주었는지 굉장히 빡빡했다. 장갑 하나 안 들고 간 것을 후회했지만, 드라이버로 클립을 조금씩 밀어 분리할 수 있었다. 굉장히 빡빡한 클립이 아닌 이상 손으로 클립의 위나 아래를 당겨주면 분리할 수 있다고 한다.

 


 

3. 기존 에어컨 필터 제거

 

가로바를 한 손으로 당긴 채로 아래에 위치한 에어컨 필터부터 당겨서 분리한다

 

 철제 가로바는 분리했지만 플라스틱제 가로바가 하나 더 남아있지만 한 손으로 당기면 벌어진다. 당긴 채로 아래에 있는 에어컨 필터부터 쭉 잡아당겨 분리한다.

 

위에 있던 에어컨 필터도 같은 방법으로 분리해준다

 

 아래에 있던 에어컨 필터를 빼내면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에어컨 필터 하나가 툭 떨어진다. 이 친구도 같은 방법으로 당겨서 빼낼 수 있다.

 


 

4. 새 에어컨 필터 넣기

 

새 에어컨 필터가 들어가게 될 방향

 

 새 에어컨 필터를 준비한다. 역시 두 개가 한 세트로, 둘 모두 화살표가 그려져 있지만 하나는 사진과 같은 시점에서 보았을 때 클립이 끼워질 돌출된 부분이 있다. 에어컨 필터는 화살표가 모두 위를 보도록, 사진처럼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화살표가 마주 보게 했을 때 울퉁불퉁한 표면이 딱 맞아 방향을 착각하기 쉽다. 화살표를 모두 위를 보게 두고 사진처럼 맞대보면 이게 맞아? 싶지만 이게 맞다. 새 에어컨 필터를 넣을 때는 기존 에어컨 필터를 제거할 때와 역순으로 위에 위치할 친구부터 넣어주면 된다.

 

위에 위치할 필터를 먼저 넣어준다

 

 새 에어컨 필터를 넣을 때는 기존의 에어컨 필터를 제거할 때와 역순으로 위에 위치할 친구부터 넣어주면 된다. 가로바를 많이 당길 것도 없이 쑥 넣어준다. 걸리는 것 없이 다소 헐거운 느낌으로 들어가면 잘 된 것이다. 이다음이 약간 문제인데, 앞서 넣어준 필터를 들어 올린 채로, 가로바를 손으로 당긴 채로, 나머지 아래에 위치할 필터를 끼워 넣어야 한다.

 

새 에어컨 필터를 끼워넣은 모습

 

 동시에 해야 하는 작업은 사진 찍는 것까지 4개인데 손은 둘 뿐이라 중간샷이 없다. 최대한 글로 설명하면 한 손으로 가로바를 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아래에 들어갈 에어컨 필터를 잡는다. 손에 든 필터로 위에 위치할 에어컨 필터를 들어 올리고 그 공간으로 쑥 밀어 넣는다. 들어갈수록 끼는 것 같으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가로바를 계속 당긴 채로 위 사진처럼 필터 두 개가 위치할 수 있도록 끼워 넣는다.

 


 

5. 클립, 철제 가로바 및 글러브 박스 조립

 

철제 클립을 다시 끼운다

 

 앞서 애써서 빼낸 철제 클립을 다시 끼워 에어컨 필터가 나오지 못하게 고정해 준다. 끼울 때는 옆에서 넣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위에서 지그시 누르면 딸깍하고 끼워진다.

 

철제 가로바를 다시 고정해준다

 

 철제 가로바를 나사 네 개로 고정하여 원래의 모습을 만들어 준다. 다음은 글러브 박스를 조립해야 하는데, 글러브 박스 위치를 잡기 어렵다. 위 사진의 철제 가로바 아랫부분을 보면 툭 튀어나와 구부러지고 나사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구멍이 글러브 박스 하단과 만나 나사 두 개로 고정되어 있던 부분이다. 글러브 박스를 들어 위치를 잡고, 필요하면 무릎이나 발이라도 써서 지탱한 채로 십자 나사 두 개로 글러브 박스 하단부를 고정해 준다.

 

글러브 박스 닫아주는 걸쇠 조립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글러브 박스 열면 보이는 상단부를 남은 십자 나사 네 개로 고정해 준다. 가운데 나사 두 개는 글러브 박스 닫는 걸쇠를 놓고 조여주면 차량 에어컨 필터 교체 완료. 새 에어컨 필터 담았던 비닐에 헌 필터를 담아두었다가 일반쓰레기로 버리자.

 


 

 처음 하는 작업이다 보니 이것저것 찾아보는 시간 합쳐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 일반적으로 차량 에어컨 필터는 반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차량을 자주 운행하지 않는 경우 1년에 한 번 정도도 괜찮다는 운전 경력 20년 차주분의 조언이 있었다. 차량 에어컨 필터는 인터넷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니, 필터 교체를 위해 굳이 공업사에 비싼 가격으로 맡기지 않아도 혼자서 시도해 봄직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profile

mgchem's log

@mgchem

뱁새의 다리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