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여행을 결심하기까지

전역과 복학 사이 애매한 시간

 23년 5월 8일부로 민간인이 되었다. 군생활 말년에 접어들면 전역하고 뭐 하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전역하면 이것만큼은 해야겠다' 중 제일 위에 있던 게 해외여행이었다. 마침 사촌동생과 동생도 민간인이 된 터라 20대가 꺾이기 전에 해외나 다녀오자고 꼬드겨 팟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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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

 처음에는 호주 워홀을 생각했다. 사촌동생과 나는 가을학기 복학을 생각하고 있는데, 전역이 5월 초고 가을학기 시작은 8월 말이니 두 달 남짓한 기간 짧게 호주에서 경험 쌓고 오는 셈이다. 말년 특유의 전역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과 내 쉽게 꽂히는 체질이 처음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호주 워홀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하였다.

 시간이 조금 흘러 비자도 알아보고, 워홀 경험담도 찾아보고, 지역은 어디로 할지, 현지 숙소는 어디로 할지,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는지 찾아보다 보니 업되어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보통 워홀 간다 하면 반년, 일 년, 이렇게 가는데 겨우 두 달의 기간 동안 경험은 커녕 맛만 보다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비행기값, 생활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벌어서 돌아오는 것도 아닐 것 같고. 그럴 바에는 아예 여행으로 길게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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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를 다녀오자

 20대 남자 셋이서 근사하게 돈 쓰는 여행을 가는 건 좀 그렇고,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안에 갈 수 있는 동남아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 만큼 기간은 충분히 2주 정도 다녀오기로 했다. 당직 때 큰 도움이 되었던 스푸파가 떠올랐다. 페낭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맛나게 드시던 모습에 말레이시아를 제안했고, 동생이 싱가포르를 더해서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를 다녀오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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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세 명이 모였지만 셋 다 주도적으로 나를 따르라! 와는 거리가 있기에, 여행 계획을 짜는 논의는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역하고 일주일 동안 나온 이야기가 6월 초쯤 출발해서 2주 정도면 좋지 않을까... 가 전부였다. 다른 사람들은 몇 달 전에 비행기표부터 특가로 예매해 두고 차근차근 여유롭게 준비한다던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 6월이 가까워져 간다. 계획 세우는 일과는 맞지 않는 진성 P인 나지만 해외로 무계획 자유여행을 2주나 다녀올 만큼 뻔뻔하지는 못하다. 결국 6월이 되기까지 보름을 남겨두고서야 본격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 여행 갈 수 있을까?